주말이 다가오며 어디를 갈까 고민한다.
우선 인터넷을 뒤져본다. 필리핀에 온지 3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별로 가본데가 없네... ㅠㅠ
관광객이 많이 오는 보라카이나 세부 등은 혼자 가기도 뭐하고 한국에서도 쉽게 올 수 있으니 패스
필리핀에 있다는 잇점을 살 릴 수 있는 짧은 시간동안 방문하는 여행객으로 가기 힘든 곳 위주로 찾아본다.
컨셉은 배낭여행으로...
그렇게 해서 결정한 곳이 바나우에(Banaue) 라이스 테라스 (Rice Terrace)로... 버스로 10시간...ㄷㄷㄷ
그런데 더 찾아보니 거기서 더 들어가는 바타드 (Batad)란 곳이 있다.
OK... 바타드로 결정하고 출발...
목적지 : Banaue
가는방법: GS Florida Bus
출발시간 : Regula Bus 9:10 PM (P400), Delux Bus 10:40 PM (P440), 차잇점 화장실 (CR) 유무
주소 : Sampaloc Terminal, 803 Earnshaw St., Sampaloc ,
Phone : 02-743-3809 (전화예약 필요할 수 있음. 1시간전 도착 하라고 함)
* 인터넷을 뒤져보니 Autobus도 간다고 하는데 Banaue에서 확인하니 2011년 초 까지는 운행을 중단한다고 되어있슴.
비행기는 타본적은 있으나 버스로 10시간 타 본적이 없으니 얼마나 힘들지 감이 없는 상태이고 인터넷에서 춥다고 하길래
필리핀에 있는 긴팔옷, 바람막이, 방수잠바를 챙기고 평소 다닐때 반바지이나 지퍼로 다리를 붙이면 긴바지가 되는 컨버터블 바지에
등산양말까지 준비해서 삼팔록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마카티에서 약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길래 천천히 나섰는데 헉
금요일 저녁의 교통체증은 ㅠㅠ 빈 택시도 보이질 않고...
다행히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나오는 택시를 잡아 탔다.
미터+100페소를 달라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외국인이 타면 무조건 바가지를 쒸운다.
보통은 미터 플리즈 하고 아니면 내려서 다른 택시를 타는데 이번은 금요일 저녁이고 그냥 내리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미터 + 50으로 합의해서 가기로...가면서도 300폐소만 주면 자기가 빨리 데려다 준다고 한다. 그냥 생까버린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가면서도 계속 문자를 주고 받고 한다. ㅠㅠ
간혹 나오는 외국인 납치??? ㄷㄷㄷ
잔뜩 경계를 하고 직원한테 택시내부에 있는 번호와 전화번호를 문자로 전송...
가면서 애가 몇이냐, 몇살이냐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가다보니 그냥 친구, 가족하고 문자 한거였슴.
125페소 나왔는데 그냥 200폐소 주고 내리니 고마워 한다.
그나마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면을 보이고 해서 팁으로 준거고
평소에는 돌아가거나 그러면 동전 딱 맞추어 주고 내리는데
버스에 타고 가는데 처음에는 선선하다
그런데 한 두 시간 지날수록 잠이 오는데 추위가 배가되는 느낌이 ㅠㅠ 머리에 살얼음이 살짝 어는듯한 기분이
배낭에서 점퍼도 꺼내입고 커튼을 넓게 펴서 바람을 막아보는데 등산양말에 샌달을 신은 발은 시려서 겨울이 온듯하다.
그래도 한두시간씩 자다 깨다 하고 도중 휴게소에 내리면 내려가 담배도 한대 피워주고...
바나우에(Banaue)에 도착하니 아침 6:30분경 대충 9시간 더 걸린 셈이다.
터미날에 내리면 지프니기사와 트라이시클 기사들이 접근해서 어디 갈거냐 등등 호객행위를 한다.
지프니 기사는 바나우에 view point를 몇군데 돌면 800폐소... 하길래 그냥 패스
트라이시클 기사는 view point 3군데와 바타드 정션 (Junction)까지 500폐소를 부른다.
300폐소를 제시하니 선뜻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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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우에를 대충 둘러보고 바타드(Batad)로 출발...
바타드로 가는 방법은
- 오후에 한번있는 정규 지프니를 타던지 아니면 전세를 내서 바타드 새들 (Saddle)까지 가던지
- 아니면 트라이시클로 바타드 정션(Junction)까지 가서 약 1시간 정도 걸어서 새들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바타드로 가는 다른 여행객과 같이 지프니를 빌릴 생각이었는데 버스안에서 본 외국인은 2명밖에 안되엇고
그나마 식당으로가는 지프니를 타고 가고 다른 필리피노들은 금방 없어졌다.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그리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서 그냥 혼자 가기로 하고 트라이시클 기사와 흥정을 하였다.
바타드 정션까지 트라이시클로 200폐소에 갔다는 후기를 보았던지라
바나우에 뷰포인트 3군데 포함해서 300폐소면 크게 바가지 쓰지는 않은듯...
정션까지 타고 온 트라이시클...
300폐소를 주는데 팁을 바라는듯한 눈길을 보내었지만 당초 약속한대로 3군데의 뷰포인트를 돌지않고 2군데만 돌아서 팁은 주질 않았다.
정션에 있는 오두막...
나이든 할머니가 있는데 커피한잔 하고 가라고 한다. 얼마냐 물으니 10폐소...OK
오두막에 닭과 병아리가 놀고있는데 할머니가 쫓아 내고는 앉으라고 하면서
커피를 따르면서 꽁짜라고 한다. (이렇게 궁핍이 그대로 보이는데 진짜 꽁짜가 있겠는가?)
그러면서 기념품을 이리 저리 보여준다. 끙...
커피를 다 마시고 15폐소를 주고 길을 떠난다.
커피는 뭐 그냥 커피맛이다. 컵에 개미가 있으니 손으로 툭 툭 털어주고 마셔주는 센스...
뭐 그런정도야 바타드같은 시골에서야 있을 수 있으니
정션에서 윗쪽으로 난길을 한시간정도 쭉 따라 올라가면 새들이 나온다.
혹시 올라가는 지프니라도 있으면 잡아탈 생각으로 천천히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면서...
올라가는 지프니는 없고 내려오는 지프니도 한대만 지나간다. 조용하다.
꼬불 꼬불한 길을 따라오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우측끝에서 한번 좌측으로 꺾으면 정션이다.
한발 한 발 옮기다 보면 새들에 도착한다. 말 안장처럼 생겨서 새들이라고 부르나보다.
새들에 오면 작은 가게가 2개 있는데 우선 이온음료를 마실려고 앉아서 얼마냐 물어보니
주인이 아닌가보다. 따갈로그어로 소리쳐 가격을 물어보는데 한쪽에서 뭐라고 하는데
나한테 50폐소라고 하는데 눈치를 본다. 50폐소를 주인아이가 왔기에 주니
주인아이가 나하고 이야기 하던 남자아이한테 지폐를 쥐어준다. 헐 헐 헐...
가격을 가지고 장난처서 떼먹나보다. ㅠㅠ
(다음날 돌아갈때 다른 가게에서 음료수를 마시는데 25페소 정도하는것 보니 한 20폐소를 장난친듯...)
그러면서 오늘 돌아갈 것이냐? 어디서 묵냐? 가이드 안 필요하냐?
이것 저것 물어본다.
가이드가 필요해도 너한테는 안한다 생각하고
숙소 정했고 시간 많으니 가이드 안 필요하다 하니 더이상 권하지는 않는데
마닐라에 살고 있다고 하니 약간 놀라며 따갈로그 할 줄 아냐고 물어본다.
가격 장난한게 찔려서 그런건지...
새들에서도 마을까지는 1시간정도 걸어 내려가야 한다.
새들에서 가게 사이의 계단길과 오른쪽 넓은 길이 있는데 넓은길이 약간 돌아가지만
쉽다고 해서 오른쪽으로...
슬슬 내려가다보면 저 멀리보이는 마을...그래도 내려가는 길이니 다행이다. ㅋㅋㅋ
그런데 내일 올라올때는? ㄷㄷㄷ
내려가다보면 맛보기로 오른쪽으로 다랭이논...
저어기 오른쪽 산쪽에 떠나온 새들이 보이는걸 보니 좀 내려왔나보다.
그런데 걷다보니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카메라, 렌즈 (24-70, 70-200 F2.8), 삼각대와 옷가지 등 등...
마을 입구에 도착해서 내려다 본 다랭이논 풍경
윗쪽에는 게스트 하우스 등이 있고 농사짔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은 저 아래쪽에 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해서 지나가는데 방문자 등록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는 기부금을 내달라고 하는데
기부금으로 마을 길도 보수하고 이런 저런 보수도 한다고 하니 작은 금액이라도 기꺼이...
당일치기로 와서 폭포까지 간다면 시간이 촉박하고 간혹 길을 읽고 논두렁을 헤메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바나우에에서 가이드를 고용하는것 보다는 마을 입구에서 가이드를 고용하면 비용도 저렴할 듯 하니
입구에 와서 가이드를 고용하는것도 괜찮을 듯 하다. 마을을 통과해서 폭포를 가는경우에는
주민이 살고있는 집 마당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경우도 있으니 마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수 있다면
마을이라고 해봐야 그리 크지도 않고 분지처럼 쑥 들어간 부분에 집들이 30-40여채 모여있다.
그런데 집이 아주 작게 보이는걸 보니 좀 많이 내려가야 하나 보다.
힐사이드인에 도착해서 전망좋은 2층 방을 잡고 바타드 쌀로 만든 마늘밥(갈릭 라이스)와 야채 (짭수이)로 요기를 하면서
산미구엘 페일필슨 한병을 단숨에...
인터넷에서 찾은 바타드를 여러번 찾아온 외국인 블로그에서 바타드 숙소 사진과 이런 저런 평가를 해 놓았는데
힐사이드인이 높은쪽에 자리잡고 있고 앞에 나무등 가리는게 없어서 전망이 좋다고 추천하는 글을 봐서 정했는데 강추
가격은 다른곳과 똑같은 하룻밤에 200폐소 (약 5천원)
방에 전기 콘센트는 없어서 주인한테 이야기해서 밑에서 충전해야 한다고 하는데
뭐 전기들어온지 몇년 안돼고 일반집에는 전기도 없는 집도 있다고 하는데 그정도야 뭐..
더운물은 따로 없어서 .
주인한테 폭포까지 얼마나 걸리냐 물어보니 45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사진 찍으며 가면 2배 잡아도 1시간 30분이면 될 듯 해서 산미구앨 한병을 폭포에서 시원하게
마실 생각으로 가방에 집어놓고 출발...
가볍게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카메라 청소도구, 판초우, 라이트, 등산 지팡이, 산미구엘 한병을 챙기고...
특이하게 벼를 말리는데 탈곡을 해서 말리는게 아니고 그냥 벼 이삭 바로 밑을 잘라서 말리고 있다.
폭포로 가는 중에도 벼를 잘라서 오는걸 보니 우리처럼 밑둥을 자르는게 아니고 벼 이삭 바로 밑에를 잘라서
묶어서 장대에 꿰어서 이동을 하더라...
폭포는 오른쪽 붉은 집 너머로 가면 금방 간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한명정도가 지나갈정도의 넓이에 경사가 내려가기에도 약간 겁이날 정도이다.
땡겨서 찍어도 보고...
마을 쪽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나보다. 그런데 위에서 보는 전망에 좋을듯 한데...
밑에는 전통양식의 게스트 하우스도 있다고 하던데...
내려갈 수록 건너편 논두렁이 눈앞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좀 힘이 들고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등산(?) 트레킹을 안한지 좀 되었더니만
다리 근육이 약해졌나보다. ㅠㅠ
이동네는 닭도 그냥 방목해서 키우고 있다.
암닭 뒤에는 병아리들이 졸졸 따라다니고...
돼지도 길에서 낯선이를 보고 꿀꿀대며 피해 다니고...ㅋㅋ
간혹 전통양식의 집도 보이고...
논농사도 유기농이라고 한다. 유기농을 할려고 하는게 아니고 비료를 살 돈조차 없어서 자연스래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려가도 계속 내려간다. ㅠㅠ
그래도 시멘트 계단은 양반이다.
어느정도 시멘트 계단길을 내려가면 논두렁길을 걸어가야 한다.
다랭이 논이다보니 논과 논의 높이가 수미터가 되어 균형을 잃고 떨어지면 낭패를 겪을 수 도 있으니 조심 조심...
게다가 높은 논에서 낮은 논으로 내려올때는 겨우 한발 디딜정도 넓이의 튀어나온 돌을 발고 내려와야하니
한손은 논두렁을 붙잡고 조심 조심...
마을 중심으로 내려왔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길에는 시멘트로 포장을 해 놓았으니...
여기를 지나면 주민이 살고있는 집 마당을 지나가기도 하니
사람이 있을때는 살짝 목례나 헬로, 땡큐 등 감사의 표시를...
시도 때도 없이 자기집 마당을 지나가면서 못본척 쌩까버리면 나라도 기분 나쁠듯...
끙...이제는 올라가야 하는구나
올라가면서 좀 쉬는 간격이 짧아 지고 있다. ㅠㅠ
논에서는 농부가 짚단을 태우고 있다.
마을에도 전통양식의 집보다는 양철지붕의 집이 더 많이 보이니 그리 필요 없는것인지???
앉아서 쉬고 있는데 마을 전경에서 보면 한쪽 절벽이 허물어진 급경사의 길쪽에서 걸어내려와서 옆으로 지나간다. ㄷㄷㄷ
한참을 쉬다가 다시 길을...
붉은 집 지나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사진찍을 생각도 안들고
무릎위쪽 근육은 알이 배겨서 힘이들고
조금 더 내려가 골짜기 중간에 뾰쪽한 봉우리를 돌아쳐 내려가는 물길을 보니 폭포가 얼마 안 남았나보다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봐도
저 멀리 한줄기 길만 보일뿐 폭포는 안 보이고...
내려가는 길 물가에 가게가 있어서 이온음료 한통 원 샤...
모퉁이 돌아서 폭포가 보이는 가판대에서 또 한통 원샷...
물값도 비싸다. 1리터에 80페소 (약 2,000원)
그런데 다른 교통수단 없으니 들고 날라야 하니 비싸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생명수인듯이 벌컥 벌컥...
드디어 폭포에 도착...우기라 그런지 수량이 좀 됀다. 필리핀에서 처음보는 폭포이다보니 다른 폭포하고는 비교를 못하겠다.
아직 팩키지 관광오면 무조건 간다는 팍상한 폭포도 안 가봤으니...
바위위에 널부러져 한참을 쉬고
사람들이 물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진을...
수영을 해도 되는데 여기서 한국사람 한명이 익사하였다고 하니 물이 내려오는 깊은쪽으로는 피하기를...
소니로 기변하고 나서 산 ND필터도 꺼내고...ㅋㅋ
사실 폭포 사진 찍으려고 삼각대까지 들고 왔으니 많이 많이 찍어야지...
어느 정도 쉬고 사진도 찍고 했는데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ㅠㅠ
벌써 다리는 풀려서 부들 부들 떨리는데... 거기다 평지 걷는것은 겁나지 않은데 오르막은 잼병인데... 엉 엉
시원하게 폭포를 바라보며 마시려던 맥주는 마시면 집에 못 갈것 같아서
가판대에서 물 한통과 바꾸자하니 주인은 얼씨구나 한다.
휴 그래도 숙소에는 가야하니...한발 걷고 쉬고 한발 걷고 쉬고
저어기를 올라가야 한다.
사진 위쪽에 아주 작게 보이는 오두막 위로 올라가야 한다.
길 중간은 산사태가 나서 돌이 쌓여 있으니 조심 조심...
많이 위험하지는 않지만 미끄러지면 수십미터를 내려가야하니
대충 사람 크기를 보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될것이다.
가다 쉬다 가다 쉬다. 경사 심한곳에서는 네발로...
오두막에 올라가니 애들이 놀고있다. 9살, 7살
늦었다고 집에 가라고 하니 하하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곧 집에간다기에 내가 장난으로 따라간다고 하니 후다닥 뛰어간다. ㄷㄷㄷ
7살 짜리 여자애도 날아다닌다. 헉 이푸가오족 비전의 축지법을 배웠나부다
마을로 내려와서 올라가는 길이 헷갈려서 다른 길로 갈려하면
주위에 있는 젊은 여자가 이쪽이다 저쪽이다 알려주고 사람들이 우호 적고 친절한 편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필리핀에 대해 마음의 문을 못 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도들고 하늘도 어둑 어둑 해지기에 이후 사진은 없다.
어찌 어찌 마을에 도착해서 오르막을 오르기 전에 숨을 고르고 있는데
한칸짜리 오두막에 중년 여자가 하이 하고 이야기를 붙인다.
한사람 지나가기 빠듯한 길에서 쉬기 뭐해서 집앞 나무의자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조금 남은 물도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7,8월달 논에 벼 있들때 오면 보기 더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일년에 2모작을 하는데
수량에 따라 한번만 경작할때도 있다고 하니 궁핍의 이유를 알 수 있을것 같다.
그래도 한국에는 한번만 경작 못한다고 하니 한국에도 벼농사를 짓냐고 놀란다.
나라 자체가 궁핍하니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60, 70년대에는 필리핀이 한국보다
잘 살았으니 열심히 하면 더 좋아질거라는 추상적인 이야기에 필리핀의 부정부패와 양극화 때문에
나라가 잘 살더라도 없는 사람들은 별 차이 없다는 이야기에 맘이 짠해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대충 6시쯤 되어 올라가야할 것 같다.
주섬 주섬 플래시를 꺼내 들고...
조금 올라가니 깜깜해진다.
플래시도 스위치가 고장 났는지 힘주어 눌러야 켜지고 손을 때면 꺼지니
밝다가 어두워지면 헷갈려서 균형을 잃기도 하고
경사심한 계단에서는 네발로 몇 계단 올라가다 쉬고 몇 계단 올라가다 쉬고
짐은 왜이리 무거운지 던져버리고 싶다.
알이 배긴 무릎위와 종아리는 쥐가 날려고 파르르 떨리고 울고싶다.
그 와중에 칠흙같이 깜깜하니 여기 저기 반딧불이 날아다닌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ㅠㅠ
가다 쉬고 가다 쉬고...
겨우 겨우 기어 올라가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플래시가 있어도 좁은 반경만 비추고
나머지는 다 깜깜하니 낮에 본 동네모습이 전혀 아니다.
다행히 개가 짖어서 나온 주민한테 힐사이드인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바로 저 아래가 힐사이드인 이라고 한다. 휴
겨우 겨우 기어내려와서 후라이드치킨 + 밥을 시켜놓고 산미구엘 페일필슨을 들이키는데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외국인 (독일인 부부)과 필리피노 가이드가 옆으로 오라고 한다.
OK... 무사귀환을 자축하는 의미로 건배를 하는데...
이사람들은 폭포에서 나를 봤다고 한다.
노인처럼 걷는걸 봤다고 하면서 웃는다. ㅋㅋㅋ
다른 필리피노도 자리에 앉고 숙소의 아들.딸도 자리에 앉아서 음요수를 마시며 대화에 동참한다.
독일인 부부는 휴가여행으로 왔는데 휴가가 8주라고 한다. 헐
저번에 만난 이스라엘 애들은 3주라고 하길래 길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은 1주일정도이고 중소기업은 그 보다도 짧다고 하니 놀란다. 일 만 하냐고...
없는 나라니 뭐 그렇게라도 안 했으면 지금 보다 못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도 대가리 잘못만나 어떻게 될 지도 모르지만
숙소집 학생들은 외지에서 공부하다 주말에 집에 들린건데
한국에 대해 이런 저런 걸 물어보는데 한국에서 고등학생이면 대학시험때문에
평일에도 학교 끝나고 자정 또는 새벽까지 학원에 메달려 있다고 하니 까무러 친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정상이 아닌데 필리핀 학생들이야...
고등학생들인데도 영어도 잘 하는걸 보면 한국 교육에 문제가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 이야기하다 가이드가 가져온 필리핀 라이스 와인이라는 술을 한잔 하고는
먼저 들어간다고 하고는 일어서는데 무릎위 근육에 알이 배겨서 제대로 일어서지를 못하고
엉거주춤 겨우 겨우 숙소로 들어와 대충 샤워를 하고는 꿈나라로...
내방으로 올라가기 전 사진 한장..
좌,우 맨 앞이 숙소의 아들, 딸 : 딸네미는 고딩 1학년이라고 하는데 붙임성도 좋고 노래도 잘 하고 귀엽다. 주말에 가면 볼 수 있다니..
그 뒤 좌, 우 필리핀 가이드들
그 뒤는 독일인 부부, 이사람들은 다음 날 마닐라로 돌아오기 전 바나우에에서 다랭이 논을 바라보는 식당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면서
맥주 한잔을 하는데 우연히 또 만나서 합석을 하여 한참을 이야기 하다 왔다.
상쾌한 기분 (아니 온 몸이 찌뿌등한 상태에서)으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한번 내려가서 여기 저기 사진을 찍고도 싶었지만 몸상태가 말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식당 베란다에서 여기 저기 사진을...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일출광경을 볼 수 없는 동네이다. 붉은 해가 아니라 어느정도 올라와서 산 너머로 빼족히 햇살을 뿌리는 정도...
마을을 관통 하지 않고 논두렁 길로해서 가는 길 도 있는듯 한데 그쪽으로 갔었으면 덜 힘 들었을 듯 하다. ㅠㅠ
폭포있는 뒤쪽에 높은 산은 해가 쨍해도 항상 구름에 덮혀 있는듯
대충 아침을 먹고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경치도 구경하고 사색에 잠겨보기도 하고...
(실은 돌아갈 오르막길 걱정을 했다는 ㅠㅠ)
나오기 전에 숙소 여주인 사진한장
Hillside Inn 혹시 다음에 오게되면 다시 여기 묶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성수기에는 혹시 모르니 예약을 하는게 안전할 수 도 있다.
추가]
예약전화 : 0908-601-2888, 0917-757-4411
식사나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테라스에서 보는 경치도 좋다.
테이블 방향도 아주 바깥쪽으로 놓아서 연인이 오면 옆에 앉아서...
휴...이제 슬 슬 돌아가야 할 시간...
오르막길이 겁나지만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고 하면 된다.
어차피 트라이시클 예약을 않 해놓아서 시간 맞출 필요도 없고 또 정션으로 들어오는 트라이시클이 없으면 그냥
바나우에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고 있기때문에 쉬엄 쉬엄 가면 된다.
휴... 근데 힘들기는 많이 힘들다. 양다리에 알이 배긴 상태라서
뻐쩡다리를 해서 배낭에 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들고 올라가려니 조금 올라가다 쉬고 조금 올라가다 쉬고...
문닫은 휴게소만 나오면 배낭도 풀고 누워서 쉬었으니...
그러다가 한 휴게소에서는 누워있으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해서 한참을 자다가 일어났다.
새들 조금 못 미쳐서 나뭇가지 전체를 거미줄이 감싸고 있는데 역광을 받아서 조명등같이 보인다.
무슨 거미 아파트도 아니고 ㅋㅋㅋ
새들까지 올라와서 음료수 한병을 원샷을 하고 헐떡데고 있으니
여주인이 걱정스래 트라이시클 예약을 했냐고 물어본다. 정션 내려가서 있으면 타고 없으면 걸어갈거라하니 오래걸린다고 걱정을 한다.
필요하면 문자로 불러줄께 하는데 얼마냐 하니 400-500페소 정도 한다고 해서 올라올때 300페소 (100페소는 바나우에 뷰포인트 관람 몫)로 왔으니
그냥 간다고 하고 그냥 터덜 터덜 정셔을 향해 걷기 시작...
그래도 내리막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내가 오르막길은 잼병인데 평지나 아주 심한 경사가 아닌 내리막길은 그럭 저럭 걸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정션에 도착해서 커피라도 마실려고 할머니 한테 물어보니 커피가 없다고 한다. ㅠㅠ
담배한데 태우고 다시 걸어가려고 하는데 할아버지가 나오더니 걸어가냐고 물어본다.
시간 걸려도 천천히 걸어간다고 하니 한시간정도 걸어가면 카기난 스쿨 지나면 트라이시클 있으니 타고 가라고 한다.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다. 천천히 걸어가다 타면 되니...
그런데 트라이시클 타고 올때는 평지 내지는 내리막길이라 생각했는데 걸어갈려니 오르막길이 꽤 있다. ㅠㅠ
나올때 덜어가던 여행객들의 나오는 지프니도 없고 트라이시클도 없다. 우띠...
한참을 걸어가는데 예닐곱 되는 남녀 어린애 둘을 태운 오토바이가 지나다가 바나우에 가냐고 물어본다.
태워줄께 갈거냐고 물어보는데 얼마냐고 되 물어보니 한참 생각하다가 300폐소 달라고 한다.
들어올때 트라이시클도 200폐소 (정션까지 오는 몫) 줬는데 불편한 오토바이인데 300폐소는 안된다.
200폐소 아니면 그냥 걸어갈거다 하니 OK 하더니만 뒤에 애들을 길에 내려 놓는다. 헉
놀라서 집에 애들 데려다 주고 와라 기다리고 있을께 했더니만 괜찮다고 한다.
방아안에 가는 길인데 갔다 오면서 태워가면 된다고 타라고 한다.
씁쓰름 하다. 물론 벽지에서 200폐소면 작은돈이 아니지만 궁핍함에 몰려서 나때문에 애들을 길에 내려놓는구나 생각하니 편하지가 않다.
그래도 할 수 없이 뒤에 타고는 연인처럼 아자씨를 뒤에서 꼭 끌어 안고 깍지를 끼고 가기 시작...어흑... 필리핀에서 남자를 끌어 안는구나...ㅋㅋ
비포장도로에 움푹파인 곳을 지날때면 앞으로 쏠려서 할 수 없이 연인처럼...ㅋㅋㅋ
한참을 달려서 바나우에에 도착을 해서 좀 일찍 떠나는 오토버스 터미날로 갔더니만 2011년 초까지 운행을 중지한다고 안내문만 있다.
다시 플로리다 버스 터미날로 가서 8시 버스 예약을 하고 (6시 버스는 전부 예약되고 8시 버스도 뒷자석만 남아있었슴)는
시내를 좀 걸어볼려고 내려달라고 했다.
애들이 생각나서 250폐소를 주면서 50폐소는 애들 과자라도 사주라고 하니 고마워 한다.
한국돈으로 몇천원의 돈이지만 바가지를 쓰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깎고 싶지도 않다.
외국인이라고 봉으로 여기지 않고 합리적이고 적정한 가격을 약속하고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에 대한 댓가로 추가적인
봉사료를 지불 하고 싶을 뿐...그게 합리적인 지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버스터미날로 걸어가는데도 트라이시클이 옆에 와서는 타라고 하는데 얼마냐 물어보니
35폐소라고 하는데 대충 10폐소라는걸 알고 있으니 피곤해도 그냥 걸어간다.
필리핀에서고 태국에서고 택시만 타면 현지인들한테는 미터요금으로 가면서 외국인 한테는 서너배를 불러데니 택시, 트라이시클, 툭툭을 타는게
은근히 스트레스이다. ㅠㅠ
그래도 벽지에서 친절하고 우호적인 사람들과 만남과 멋진 경치를 본 기분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2010년 10월 9일 (토) - 10일 (일)